완벽했던 아빠의 크리스마스 선물
12월이 시작되고 산타 할아버지를 많이 팔아먹었다.
“어~~~동생 때리면 돼 안돼. 산타 할아버지가 이러면 선물 안 줄 텐데.”
“변기에 쉬했어? 너무 대단하다. 우리 세아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주겠네?”
첫째 둘째 할 것 없이 필요할 때면 산타가 등장했다.
약발이 잘 들었다.
아까도 첫째가 둘째를 때리다가 산타 얘기에 급적인 포옹을 했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아이들을 쳐다보다가 물어보았다.
“근데 너희 선물은 뭐 받고 싶은데?”

작년 까지만 해도 3살이었던 첫째는 딸기 선물이 받고 싶다고 하면서
‘그게 뭐야.’ 하면 전혀 다른 얘기를 하는 둥 제대로 말을 못 하더니
올해는 갖고 싶은 게 많이 늘었는지 한참 동안 재잘댔다.
“다인이는 콩순이 장난감, 그리고 회전목마도 가지고 싶어요. 점프하는 것도요.”
그 중에서 제일가자고 싶은 것은 강아지, 콩순이 장난감, 그리고 2층 침대의 사다리라고 말했다.
2층 침대는 한사코 싫다고 하더니 그 침대에서 사다리만 가지고 싶단다.
둘째는 아직 제대로 말을 못해서 언니가 뭔가를 얘기할 때마다 옆에서 “아도,아도”(나도, 나도)만 했다.
지금의 나처럼 어렸을 적 우리 부모님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물어보았다.
“산타 할아버지에게 뭐가 받고 싶니?”
반복적인 질문에 내 대답은 늘 비슷했다.
어릴 때 다른 것들은 크게 내 마음을 설레게 하지 못했다.
오직 사인펜이나 크레파스 세트 아니면 색연필이 최고였다.
아무리 그런 것들이 많아도 늘 금색은 귀했기에 금색이 들어있는 새 크레파스가 갖고 싶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크레파스를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 전날, 아빠가 뭐가 갖고 싶은 지 물어보았다.
사실 초등학생이 된 후부터는 산타가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뉴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나오는 행사도 있었지만 보면서 ‘저런 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계속해서 물어보는 아빠에게 고민하다가 말했다.
“나는 산타가 써준 편지가 갖고 싶어.”



그 말을 한 저녁,
자기 전 침대 밑을 한번 쳐다보았다.
침대 밑에 항상 산타 할아버지는 선물을 놓고 간다.
올해도 잠들면 발 밑에 선물이 있을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는 없다지만 편지는 있겠지.
부푼 가슴을 안고 잠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아침, 평소보다 조금 일찍 깬 나는 정신이 들자 마자 바로 발 밑부터 보았다.
거기에 딱지 모양으로 접힌 종이가 있었다.
‘이건 너무…….’
딱 봐도 아빠가 접은 것 같았다.
아빠는 늘 초코파이 같은 과자를 먹고 나서 그 껍질을 딱지 모양으로 접는 습관이 있다.
그 과자 껍질처럼 툭 잡아당기니 편지가 바로 펼쳐졌다.
그런데 펼쳐진 종이는 편지지가 아닌 원고지였다.
빨간색 네모 칸이 작다는 듯 모두 칸을 넘어가고 있는 글씨들은 누가 봐도 아빠 글씨였다.
‘필영아. 산타할아버지란다. 부모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잘 자라거라. 너를 늘 응원한다.’
그날을 떠올리니 아빠가 상상되었다.
이발하다가 밤 9시가 되어서야 늦은 저녁을 먹던 아빠는 아마 평소처럼 반주를 하고 있었겠지.
그러다가 내가 말한 걸 떠올리고는 급하게 편지지를 찾았지만,
편지지는 없고 서랍 속 깊숙한 곳에 있던 원고지에다가 연필로 적었겠지.
그 다음 해 오빠가 중학생이 되면서 크리스마스 행사는 끝이 났다.
산타에게 편지를 받고 싶다고 했던 나는 결국 아빠의 편지를 받아 보고 싶었던 것 아니었을까?
그 뒤로 사실 산타의 선물도 받지 못했지만,
아빠의 편지도 마지막이었다.
산타 할아버지로 둔갑했건 하지 않았건 예쁜 편지지이건 원고지이건,
‘말 잘 듣고 잘 자라거라. 너를 응원한다.’ 이 글이 적힌 빨간 원고지 편지는 계속 기억 속에 남게 되었다.
아빠만의 방식으로 접힌 그 딱지 모양부터 글씨체까지 모든 게 완벽했던 크리스마스 선물로.
아이들이 잠들고 조용해진 집에서 크리스마스카드와 볼펜을 준비합니다.
예쁜 편지지가 아니어도,
글씨가 삐뚤삐뚤 하더라도 괜찮아요.
어려운 한자어나 미사어구 없이 투박한 글귀가 오래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수도 있어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진심이 담긴 소중한 편지를 아이들에게 써 보는 건 어떨까요?
완벽했던 아빠의 크리스마스 선물 by 필영
<옷이날개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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