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끼발가락 고리에 걸고 꼭꼭 약속해

새끼발가락 고리에 걸고 꼭꼭 약속해

 

애들은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어린이집에 가는 날보다 안 가는 날이 더 많아졌다. 덕분에 집은 하루도 깨끗한 날이 없다. 내가 치우는 속도보다 아이들이 어지르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잔잔한 아이들의 장난감이 자꾸만 발에 밟혀서 정리하다가 그만 맥이 빠져버렸다.

‘왜 이렇게 치워도 치워도 엉망이지. 생리대는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도대체 어디서 꺼냈대. 휴지는 왜 죄다 뜯어 놓은 거야.’

이불 옆에 먹다 만 과자 조각이 있고 기저귀 함에 딸기가 들어가 있다. 음식물과 쓰레기 봉지는 가득 찬 채로 며칠째 주방에 있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도 없지만, 치워주는 사람도 없다. 힘이 빠진다. 나아지지도 않고 나아가지도 않는다. 진흙 속에서 다리를 들었다가 내렸다가 하는 기분이다. 설거지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장난감은 장난감 통에 담아 놓으면 얼마 안 있어서 쏴 하는 소리와 함께 거실 바닥에 흩뿌려진다.


“집에서 뛰면 안 돼! 살금살금!”

아이들의 엉덩이에다 대고 소리쳤다. 속에서 뭔가 끈 같은 게 뚝 끊어진 그런 기분이 든다. 말을 알아듣기 시작하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 며칠째 코로나 확진자수가 1000명이 넘었다. 안 넘은 날도 8~900명에 가까운 숫자를 뉴스에서 볼 때면 가망이 없어 보인다. 백신을 맞을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아침마다 확진자 문자가 온다. 점심이 아침이 되고, 아이들 씻기는 게 힘이 들어 목욕을 하루 건너뛰기도 한다. 거실을 치우고 내일은 안방을 치워야지 하는데 다음날이 되면 거실도 엉망이다. 겨우 거실을 다 닦고 안방으로 갔다. 침대와 매트 위를 번갈아 가면서 뛰어놀던 첫째가 내게 왔다.

“엄마 우리 악수하자.”

첫째의 말에 손을 내밀었다. 둘째가 옆에서 또 ‘나도’를 외쳤다. 첫째의 손을 흔들면서 눈으로는 둘째를 보며 말했다.

“자 세아도 악수.”

그때 내 손에 툭, 둘째의 발이 올라왔다.

“아냐 세아야. 악수는 손으로 해야 지. 언니랑 엄마랑 하는 거 봐봐.”

“아냐. 이거!”

둘째는 계속 아니라고 하면서 발을 들이밀었다. 하는 수없이 둘째의 발을 잡고 흔들어주었다. 만족스러운 표정을 잠시 짓던 둘째는 다다닥 거실로 달려가서 동화책을 들고 왔다. 읽어줄까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자가 그려진 책의 첫 장을 넘기며 말했다.

“이건, 새끼 사자네. 아이 귀여워!”

“사자 아냐! 멍멍이!”

“아냐. 이건 사자야. 옆에 아빠 사자 엄마 사자도 있지? 이게 어떻게 멍멍이야. 딱 봐도 사자인데.”

“멍멍다!멍멍다!”


누워서 발로 매트 위를 치며 악을 쓴다. 첫째와 비교하면 아직 못하는 게 많아서인지 둘째는 뭐만 했다 하면 ‘나도 나도’를 외치며 떼를 쓴다. 평소에는 괜찮지만, 오늘은 그 소리를 듣고 있으니 훅 짜증이 몰려왔다.

“세아야. 그만해. 그만. 그만 좀 울어!”

내가 소리를 지르자 둘째는 보란 듯이 더 크게 울었다. 쉬어버린 둘째의 목소리가 구슬프게 들렸다. 스스로는 왜 우는지 알까. 나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어.’만 계속 염불 외우듯 중얼거렸다.


한참을 되뇌었을 때 머릿속으로 그림들이 하나 둘 떠올랐다. 아이가 한겨울에 구멍이 숭숭 뚫린 실내화를 신겠다고 한 것, 한쪽 리본이 떨어진 구두를 신고 나가겠다고 하는 것, 양말을 신지 않겠다고 하는 것, 파카 대신 봄 재킷을 입고 나가겠다고 하는 것, 밥을 자꾸만 물에다가 빠뜨리는 것, 우유를 바닥에 일부러 쏟고 강아지처럼 핥아 먹는 것…….

당시에는 이해가 가지 않아서 화가 났던 일들이 막상 지금 떠올리니 별일 아니다. 왜 그렇게 틀에 맞춰서 생각했을까? 붕어빵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부으면 붕어빵만이 나온다. 내 틀로 생각하면 나만 되는 것이다. 세 살 아이의 틀로 세상을 바라볼 노력은 왜 하지 않았을까?


정신을 차리고 둘째를 보며 말했다.

“세아야 인제 그만 울자. 엄마 랑 사이 좋게 지내기로 약속하자.”

울고 있는 둘째의 발가락에 내 손가락을 걸고서 노래를 시작했다.

“너하고 나는~ 친구 되어서~ 사이 좋게 지내자~새끼발가락 고리에 걸고 꼭꼭, 약속해. 싸움 하면은 친구 아니야~ 사랑하고 지내자~ 새끼발가락~ 고리 걸고~ 꼭꼭 약속해.”

노래를 아는 첫째는 가사가 달라진 걸 눈치챘는지 “새끼발가락? 손가락 아니고 발가라악?”하면서 즐거워했고 둘째는 마냥 눈을 길쭉하게 만들며 웃었다.


아이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면 발로도 악수를 할 수 있고 사자가 강아지가 되기도 한다. 한여름에 겨울 옷은 기본이고 음식을 강아지처럼 핥아 먹기도 하고 우유 랑 물을 섞어 마시기도 한다. 웃음과 호기심이 많은 이 세계에서 오신 걸 환영합니다.

새끼발가락 고리에 걸고 꼭꼭 약속해 by 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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