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변기에 똥 쌀수있어요!

이제 변기에 똥 쌀수있어요!

남들 다 뗄 때쯤
우리 첫째도 기저귀를 뗐다.

4살이 되기 전 겨울이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모르고 있지만 첫째는 4살이 된 이후에도 1년 동안 변기가 아닌 팬티에 똥을 쌌다. 오로지 집에서만. 안방에서도 거실에서도 신발장 옆에서 어디서든 벽을 잡고 서서 끙끙 힘을 주며 똥을 싼다.

코로나로 어린이집을 가지 않은 날, 아이의 말이 귓가에 들렸다.

“엄마 나 똥 쌌어요. 씻겨주세요.”.

익숙하게 엉덩이에 묻은 똥을 씻어내면서 아이에게 말했다.

“다인아, 우리 이제 다음부터는 변기에 똥 싸자. 친구들도 다 변기에 싸지?”

아이는 끄덕끄덕했지만 나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1년 내내 나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소소한 시도를 해보았다. 변기에 서서 싸게도 해보고. 잡을 수 있는 수건을 화장실 문고리에 달아 주기도 했다. 아기 변기를 다시 주기도 했다. 첫째는 그때마다 도망가기 바빴다. 오직 소변을 볼 때만 변기에 앉았다. 나도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포기하는 심정으로 말없이 팬티를 빨았다. 느긋한 내 성격도 한몫 했다. 닦달하는 엄마들보다 내가 낫다는 생각도 했다.

‘팬티에 똥을 싸는 게 그리 큰 문제는 아니잖아. 조금 귀찮을 뿐 밖에서 싸지도 않고 자면서 싸지도 않으니.’


그런데 최근에 연년생인 둘째가 배변훈련을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둘째도 소변 가리기를 성공하고 난 뒤부터 보란 듯이 똥을 계속 팬티에 쌌다. 아무리 말해도 히 하고 웃을 뿐이었다.

‘첫째 따라쟁이인 둘째가 변기에 똥을 쌀 리가 없지. 후, 이제 똥 묻은 팬티 두 개를 빨아야 하나…….’

찹찹한 마음으로 팬티를 빨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휴대폰으로 이런저런 프로그램을 보다가 육아 솔루션을 해주는 프로그램이 있길래 들어갔다. 거기서 상담하는 선생님이 말한 게 딱 내 귓가에 꽂혔다.

“아이가 밤 소변까지 가린다는 건 신체는 다 준비가 된 거예요. 그러니 똥도 당연히 변기에 쌀 수 있어요.”

아이는 할 수 있다고,
준비되었다고 한다.

그러면 이렇게 마냥 기다리는 게 진짜 아이를 위한 건가? 이것저것 시도하긴 했지만 강력하게 아이를 이끌면서 뭔가를 하지는 않았다. 단 한 문장으로 생각이 많아졌다. 그날 밤, 첫째가 신발장을 잡고 있었다.

“너 지금 똥 싸고 있어?”

“엄마 오지 마! 아직 덜 쌌어요.”

나는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서 변기에 앉혔다. 팬티를 내리니 이미 똥이 팬티에 있었다. 첫 번째 시도는 실패였다. 변기에 갑작스레 앉게 된 아이의 양손을 붙잡고 말했다.

“다인 아, 이제 네가 힘을 줄 때 엄마가 변기에 데려다줄 거야. 다인이가 혼자서 변기에 가서 똥 싸기 힘든 것 같으니 엄마가 옮겨 줄게. 여기서 하나씩 해보자. 똥 쌀 때 변기에 앉는 거부터 하는 거야. 못 싸도 돼. 알겠지?”


다음날 아이가 또 힘을 주고 있었다. 이번에는 질문도 없이 보자 마자 바로 변기에 앉혔다. 어제 해봤기 때문인지 생각보다 저항이 없었다. 1분쯤 지나자 ‘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의 굵디굵은 똥이 변기에 떨어졌다.

“이거 봐. 너도 잘할 수 있지? 세아야 언니 봐. 변기에 똥도 잘 싸지? 우리 박수 쳐주자.”

뒤처리를 끝내고 거실로 달려간 첫째는 동생 배변훈련 책을 웃으면서 들고 왔다.

“엄마 뽀로로랑 에디, 친구들도 다 변기에 똥 싸요. 근데 다인이도 이제 할 수 있어요!”

어깨를 들썩이면서 말하는 첫째를 보니 웃음이 났다.

그 뒤로 변기에 똥을 싼 적도 있고 실패한 적도 있지만 스스로 변기에 앉으려고 한다. 성공한 기억이 생기자 용기가 생기는 듯했다. 스스로 시도한다.


그동안 ‘알아서 때가 되면 변기에 똥도 싸겠지.’ 하고 믿어줬던 게 어쩌면 아이에게는 방관이었던 것 아닐까. 똥이야 스무 살 때까지 팬티에 싸지는 않겠지만

‘할 수 있음’이라는 마음을 가르쳐주는 것도 엄마의 역할이 아니었을까?

‘괜찮아. 해보자. 할 수 있어.’

때로는 앞장서서 아이를 이끌어주는 것도 중요해요. 할 수 있음이라는 도장을 아이의 가슴에 찍을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 도장이 쌓일 때쯤 엄마가 없이도 내면에 자신감이 차 있는 어린이가 되어 있을 거예요.

이제 변기에 똥 쌀수있어요! by 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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