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생일날

아이의 생일날

아이의 생일이 다가오면 몸과 마음이 조금 달라진다.

아이를 낳던 그 순간이 떠올라서 그런지 몸의 여기저기가 아프기도 하고, 괜찮던 컨디션이 극도로 떨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마음속에서는 뭔가 뭉클한 것이 올라오기도 하고, 벅찬 감정이 들기도 한다.


두 아이 모두 입덧이 꽤 심했다. 먹은 것도 없이 몇 주를 토하기만 했던 탓에 임신 중에도 몸무게가 늘지 않았다. 아니, 늘기는커녕 도리어 초기 몇 달간은 줄어들기까지 했었다. 첫째는 처음이라 그런지 진통도 무척이나 길었다.

거의 하루를 꼬박 진통을 한 덕분에 정작 마지막 힘주기에서는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 정신으로 아이를 낳았는지도 모르겠다. 둘째는 32주부터 조기 진통이 오는 바람에 무척이나 조심하며 막달까지 버텼는데 정작 예정일이 지나도록 진통이 오지 않았다. 실패하면 제왕절개를 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한 유도분만에서 다행히 6시간 만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첫째 때에 비하면 진통 시간이 현저히 짧았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던 때여서였는지 출산 자체는 더 힘들었다. 둘째를 낳고 며칠간은 온몸의 마디마디가 다 저릿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두 아이 모두 내 몸에서 세상으로 난 길을 따라 쑥하고 빠져나오자마자, 내게 들려준 울음소리에서 받은 감동은 잊을 수가 없다. 여전히 눈을 감으면 쟁쟁하게 들리는 그 소리는 내가 정말로 살아있는 생명체를 세상에 내어놓았다는 벅참이었다. 이제는 진짜 엄마가 되었다는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뭉클함이었다.

두 아이 모두 가족 분만실에서 분만을 한 덕에 출산과 동시에 남편이 탯줄을 끊고 간호사와 함께 간단한 목욕을 시킬 수 있었다. 그 사이 나는 출산 후처지 중이었고, 남편과 간호사는 처치가 끝난 내게 속싸개에 폭 쌓인 작은 아이를 안겨 주었다.


아이를 받아 안았을 때 느낀 그 마음을 어떤 단어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갓 태어나 쭈글쭈글한 피부에 온몸에 태지를 붙이고 있던 아이. 불그스름한 피부에 온기 머금은 고운 살덩이의 아이. 출산과 동시에 이미 울고 있었지만, 아이를 받아 안았을 때 새롭게 흐르던 눈물은 그 생명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책임감에 기인한 것이었다.

신기했던 것은 두 아이 모두 꼬물거리며 눈을 떠서는 나를 바라보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신생아의 시력은 아주 나빠서 눈을 떴다 한들 엄마인 나를 제대로 보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의 품에 안겼다는 안정감 때문이었을까. 두 아이 모두 내 품에 안기는 순간 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떠서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오지 않는 젖이었지만 두 아이에게 잠깐 물려보라고 해서 아이를 가슴에 대었다. 내어주기 힘든 아이를 간호사에게 건네주면서, 나는 전보다 더 많이 울었다.

‘이제 정말 엄마가 되었구나.’

‘나는 이제 두 아이의 엄마구나.’

잊고 살던 그 날의 감정들이 아이들의 생일이 다가오면 불쑥불쑥 일상을 덮친다. 매일 보던 아이들의 얼굴이며 손이며 발이 괜스레 더 애틋하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서 뭉클하고, 이렇게 예쁜 두 아이를 얻으려고 그렇게 아팠구나 싶어 저릿하다.


둘째의 두 번째 생일을 맞으면서도 며칠간 그 감정을 앓았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괜히 눈물이 나고, 아이들이 너무 빨리 크는 것 같아서 문득 아쉽기도 했다. 둘째의 생일 아침, 그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아 생일상을 준비했다.

전날 미리 팥을 삶고 팥물을 내어 두었다. 찹쌀과 멥쌀을 섞어 쌀도 미리 씻어두었다. 생일 아침이 되어, 혹여라도 아이의 주변에 머물 액운을 모두 쫓아내는 마음을 담아 붉은 찰밥을 했다.

미역국은 가까이 사시는 시어머님께서 끓여주셨다. 어머님은 평소보다 더 진한 육수에 들깨와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을 끓여 보내주셨다.

친정엄마가 잘 손질해서 보내주신 생선 두 마리를 노릇노릇하게 구웠다. 갓 구운 김도 올렸다. 이것저것 밑반찬까지 꺼냈더니 상에 빈자리가 없을 만큼 진수성찬이 되었다.


부스럭거리며 잠에서 깨려는 아이의 귀에 대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봄이의 생일 축하합니다.”

며칠 전부터 제 생일이 다가온다며 기대하던 아이는 눈도 못 뜬 채 저를 위한 노래를 들었다. 잠결에 어리둥절하기도 잠시, 이내 상황이 이해되었는지 내 목덜미를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잠투정 한 번 없이 기분 좋게 일어났다. 평소 같으면 손을 잡고 걸어서 거실로 나왔겠지만 생일 날 만큼은 특별했으면 하는 마음에 아이를 등에 업고 거실로 나왔다.

둘째는 벌써 차려둔, 오직 저를 위한 생일상을 보더니 숟가락과 포크를 찾아 성화였다. 네 식구가 상 주변으로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나와 남편은 귀한 딸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고, 첫째는 동생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둘째는 이미 미역국과 찰밥을 퍼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을 위한 마음이 꼭꼭 눌러 담겨 있는 것을 아는지, 둘째는 어느 때보다 맛있게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종일 아이가 좋아할 만한 곳에 가고, 좋아하는 놀이를 했다. 저녁 땐 준비해둔 케이크에 아이의 나이 만큼의 초를 꽂아 다시 한 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작년 생일만 하더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던 아기였는데, 이제는 혼자서 생일 초를 불어 끄려 애쓰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났다.

아이의 생일 초에서 타오르는 촛불을 보며 기도했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자라주기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변함없이 내 곁에 머물러주기를. 엄마인 나 자신에게도 당부했다. 아이의 건강만을 바라는 지금의 마음이 변하지 않기를. 나의 욕심으로 아이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엄마는 되지 않기를.

언제나 지금처럼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아이의 존재 자체에 감사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를.

아이의 생일날 by 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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