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적인 엄마, 감성적인 엄마

아동 심리 전문가 오은영 박사의 강의를 들으며
한 마디 한 마디에 찔리는 엄마들 많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기억에 남는 강의 중 하나는
부모가 아이의 마음에 상처를 주어도 아이에게는 기댈 사람이 부모뿐이어서
마음 속으론 완전한 용서가 되지 않았음에도
“엄마 가(아빠가) 미안해.” 한 마디면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받아들인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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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의에서 나를 가장 반성하게 했던 한 마디는
부모들도 그 심리를 알기때문에 아이에게 감정 그대로를 드러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나도 언제나 다정한 말투로 사랑을 표현해주는 따듯한 엄마,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만 혼을 내는 반듯한 엄마라며
자화자찬, 자기합리화 하기에 바쁜 육아를
하고있었는지도 모르겠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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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에는 아이의 학습지 숙제를 함께 했을 때 였다.
13-14-15-□□-17-18
네모 안에 들어갈 숫자를 맞추는 문제였다.

“십삼, 십사, 십오….모르겠어.”
“그럼 앞에 있는 1을 가리고 생각해보자.”
“삼, 사, 오, 육, 칠, 팔!”
“앞에 1이 있으면 십 단위가 되는거야. 그래서 십삼, 십사, 십오가 되고.
그럼 그 다음은 무엇이 될까?”
“십….사?”
“십사는 여기 있잖아. 다시.”
“…..육?”
“다시.”
이미 열번, 스무번도 넘게 반복했던 숫자 세기였음에도
이상한 숫자를 말하는 아이를 이해할 수 없었다.
“다시.”라는 말을 서넌번 외치고는 주방으로 가 화를 가라 앉히기 위해 물을 마시고
책상으로 돌아오니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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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과 부담감이 고작 6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의
작고 작은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라는 두 글자에 담긴 엄마의 목소리 변화, 경직된 표정으로
이미 나의 감정을 읽어버린 6살 아이.

아이가 긴장해서 자신감을 잃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아이가 느꼈을 감정을 모른 ‘척’하며
그 순간의 욱한 감정을 참지 않고 화를 표출하고 있던 것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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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눈물을 닦아주며 내 감정을 다스리고
아이의 기분과 감정을 더 들여다볼 수 있는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똑같은 문제가 나왔을 때,
내 눈치를 보며 움찔하는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미어졌다.
“다시.”라는 말 대신 아이와 했던 약속을 되새기며
“십 단위로 넘어가니 헷갈릴 수 있는데 엄마랑 손가락으로 같이 세어볼까?”
하며 손가락을 맞대니 아이는 손가락을 다 새보기도 전에 정답을 적어냈다.
그렇게 그 날의 학습을 마치고는 이제 20까지 세고 쓸 수 있다고
아빠에게 자랑하며 뿌듯해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지난 날 “다시.”만 외쳐댔던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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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욕심에 취해 아이를 바라보기보다
오롯이 아이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따듯한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내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내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감성적인 엄마가 되겠노라고
오늘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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