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집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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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집으로 가자

“여보 빨리 와요. 저 지금 속이 너무 안 좋아요”

남편의 말에 친정에서 혼자 글을 쓰고 있었던 나는 급하게 가방을 챙겨서 집으로 갔다. 도착하니 발 디딜 틈 없이 장난감이 가득 찬 거실에서 남편이 대자로 누워있었다.

“약은 요? 병원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짜파게티 끓여서 먹었는데 너무 급하게 먹었는지 소화가 안 돼요. 아…….”

주섬주섬 몸을 일으킨 남편이 식탁으로 가 약을 먹고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뒷모습을 보고 걱정이 되었지만 일단 남편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보았다.

‘아침이 되면 괜찮아지겠지.’

둘을 씻기고 저녁을 먹였다. 아이들을 재우다가 여느 때처럼 나도 잠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날 방문을 열면서 나온 남편은 어제보다 상태가 더 안 좋아 보였다.

“병원에 좀 갔다 올 게요.”

큰 발을 운동화에 힘없이 넣으며 나가는 남편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30분쯤 지나 남편이 금방 다시 집으로 왔다.

“아니 왜 벌써 왔어요? 병원에서 뭐래요?”

“종합병원 가보래요. 지금 열 조금만 나도 진료가 안된 대요.”

급하게 어머님께 아이들을 맡기고 남편과 함께 종합병원으로 갔다. 이런저런 검사를 하고 서류를 쓰고 호실을 배정받았다. 배정받은 자리에서 간호사가 링거를 꽂아준 뒤 나갔다. 얼마 안 돼서 남편은 잠이 들었다. 한 시간쯤 뒤에 일어나더니 이제 속이 좀 괜찮다고 했다. 병원복을 입은 남편은 여전히 아파 보였지만 이제 보호자 필요 없으니 내게 계속 집에서 편하게 쉬라고 했다.

“여보 여기 있어도 저녁에는 할 것도 없어요. 그냥 집에 가 있어요.”

자기가 이제 괜찮은데 굳이 내가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남편은 고집을 부렸다.

“아니, 나 집에 가도 아무도 없는데. 애들도 없잖아요. 병원에 있을 게요. 링거 이거 자다가 다 떨어지면 어떡해.”

“간호사들이 다 알아서 해줘요. 여보도 쉬는 날도 있어 야지. 집에 가요. 집에 가.”

필요한 물품을 사주고 링거를 계속 눈으로 확인하고, 괜찮겠냐고 몇 번이나 물어보고 병원을 나섰다. 오전에 비가 와서 그런지 오후 5시, 밖은 벌써 어둑어둑 해지려고 했다.


집에 오자 마자 손을 씻고 글을 썼다. 쓰다 배가 고파져서 냉장고를 뒤져 빵을 찾았다. 한입 베어 무니 매콤한 맛이 났다. 소파에 걸터앉아서 본격적으로 빵을 먹으며 흘러가는 시간을 느꼈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고개를 들어 베란다 쪽 창문을 보니 어느덧 밖에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불을 안 켜고 있었네. 참.’

거실 불을 켜니 집이 환 해졌다. 곳곳에 어제 정리 못 한 아이들 장난감이 눈에 들어왔다. 이렇게 아무도 없는 밤은 처음이다. 장난감을 치우지 않고 바라보았다. 별것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으며 첫째를 따라다니는 둘째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첫째가 동시에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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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을 그렇게 원했지만 벌써 아이들이 보고 싶어 졌다. 아이를 낳지 않고 혼자였으면 어땠을까. 지금보다 책을 많이 읽고 글도 더 많이 썼을까? 확실한 것은 오늘처럼 적막한 집에 앉아서 빵을 먹는 일이 많았겠지. 빈방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 말이다. 평소보다 시간이 많아진 탓인지 오히려 잠이 오지 않았다. 쓸데없는 검색을 몇 번 하다가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엄마~~~”

아침이 되어서 아이들은 할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아이들의 손을 씻긴 뒤 자연스럽게 냉장고 문부터 열었다.

‘뭘 먹이면 좋을까.’

딸기를 씻어서 아이들에게 주었다. 아이들은 맛있게 먹어주었다. 둘째는 어제 못 읽었다고 책을 몇 십 권을 들고 왔다. 듣는 것인지 그냥 들고 오는 행위가 좋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이들 옆에서 책을 읽어 주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공간이 따뜻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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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하지만, 지금이 좋다. 냉장고 문을 열어 언제든지 딸기를 씻어서 줄 수 있는 아이들이 있다. 벽에 그림을 그리고 온 방을 돌아다니면서 고구마를 흘리는 아이들이지만 함께 하는 집은 환하고 밝다.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은 결국 내게 와서 닿는다.

코로나로 인해 혼자만의 시간이 간절한 요즘이지만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돌아갈 집이 있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이 만든 따뜻한 온기를 온전히 느끼며 오늘 아이들을 한번 꼭 안아주는 건 어떨까요?

따뜻한 집으로 가자 by 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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